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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10-10-20 09:06
    [시골편지]가난한 삶의 무기는 '저장의 지혜'
     글쓴이 :
    조회 : 1,211  
    1월 27일

    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 방문을 열고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을 보는 일은 겨울이 안겨주는 큰 즐거움이다. 잠깐 잠든 사이 나도 모르게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듯한 야릇한 기분이 든다. 아침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고 날은 포근하다. 그 탓에 아침부터 지붕에서는 낙숫물이 듣는다. 오후에는 눈이 내렸다 그쳤다 했다. 그 와중에 싸락눈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당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을로 나가는 길까지 큰아이와 함께 쌓인 눈을 쓸었다. 자동차에 쌓인 눈을 털고 있던 아랫집 아저씨가 뭘 그렇게 다 쓸어내느냐고 했다. 물론 해가 중천에 올라 볕이 따뜻해지면 이 정도 쌓인 눈은 그대로 두어도 스르르 녹아버리겠지만, 어쩌다 찬바람이 불어 닥치기라도 해서 쌓인 눈이 얼어버리면 얕은 비탈길이라 해도 그 오가는 걸음은 불편하고 위험하다.

    쌓인 눈을 막 쓸어낸 길은 아름답다. 하얀 눈 속에 드러난 외길, 그 외에 집으로 통하는 다른 길은 없다. 사방팔방으로 거미줄처럼 엮어진 길투성이 세상이라 오직 하나뿐인 그 외로움은 더욱 빛나 보이는 걸까? 눈이 쌓인 하얀 아침이면 대나무 엮은 비를 들고 내가 눈을 쓸러 나가는 것은 아마 그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것이리라.

    수북하게 눈 쌓인 날은 가만히 집안에 있는 날. 집안에서 통마늘을 깠다. 마늘은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내서 깐마늘 상태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통마늘 상태로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이하면 마늘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만다. 살이 통통하던 통마늘이 어느새 비쩍 말라 미라가 되는 것이다.

    늦가을에 수확하여 겨울 내내 망태기에 넣어 처마 밑에 달아두었던 통마늘. 그 껍질을 까다보면 마늘 속살에서 올라오고 있는 파란 싹이 보인다. 어떤 놈은 파랗게 머리를 내밀었다. 종자가 되어 땅속에 들어간 마늘도 지금쯤은 벌써 싹을 내었으리라. 그래서 그 싹은 겨울 내내 마늘 속살을 자양분으로 삼아 조금씩 성장하리라. 땅속에 들어가지 못해 싹을 틔우지 못한 통마늘. 그 울분을 속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결국 미라가 되고 마는 것인가. 매운 마늘 맛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그 전에 껍질을 벗기고 볼 일.

    그것이 마늘이든 쌀이든 콩이든 고구마든 감자든, 그 종자를 먹이로 삼는 일에는 반드시 저장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종자는 사람의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람이 아차 하는 사이에 종자는 싹을 틔우고 자신의 몸을 비워버린다. 그래서 저장의 지혜는 소박한 시골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돈에 덜 의존하는 가난한 삶을 꾸려가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무기가 된다.